(왼쪽부터) 김지혜 수습기자, 양준호 수습기자.

눈 뜨고 꺼내는 첫 마디, 아… 경찰서
김지혜 수습기자

기자 생활 4개월 차의 오전 5시 30분.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뜨인다. 일어나서 처음 꺼내는 한마디.

"아… 경찰서"

젖은 머리도 다 말리지 못한 채 허겁지겁 마을버스에 올라 포털사이트에 인천 계양경찰서 를 검색한다. 가장 떨리는 순간이다. 혹시나 타 언론사에 물먹은 기사가 있을까 싶어 심장이 쿵쾅거린다.

검색 결과가 뜨고… 조용하다.

"아… 다행이다"

버스에서 내려 300m를 걸으면 계양경찰서 입구가 보인다. 가장 먼저 나를 반겨주는 분은 의무경찰 두 분.

"안녕하세요 , 고생이 많죠?"

서로 의미 없는 웃음을 보이며 하루를 시작한다. 가장 먼저 강력팀 문을 연다. 모두 자고 있다. 이 때 드는 생각은 딱 2가지다. "내가 이 시간에 나왔는데… 자??? 와 뭐야? 사건 없었어?"

사건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그러나 문제는 사건이 있는 데 내가 모르면 안된다는 것이다. 자고 있는 팀장님을 조용히 깨운다. 그러면 모든 팀장님들은 나를 보자마자 각본이라도 짠 듯 똑같이 말한다. "조용했어~"

이 때부터 나의 추궁은 시작된다. "변사있어요? 살인, 살인미수는요? 오늘 현장출동 몇 번 했어요? 절도 금액이 어떻게 돼요?"

살인, 변사, 절도, 강간, 폭행... 이런 단어들이 매일 내 입에서 나오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강력팀 사건 체크가 끝나면, 형사 지능 경제 여성청소년팀 등을 찾는다. 이후 시경캡께 모든 내용을 보고한다. 시경캡의 답장을 받아야 오전 경찰서 사건 체크 업무가 모두 끝나는 것이다.

이후 나의 발걸음은 계양구청으로 향한다. 매일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 것이 가장 스트레스다. 게다가 계양구청은 전국에서 청렴도 1위로 뽑힌 공공기관이라고 한다.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기자 생활 4개월 차에게 엄청난 정보원이 있을 리도 만무하다. 그렇다면 아이템은 어디에서 나올까. 구의원들을 만나보기도 하고, 길에 버려진 박스를 줍는 할아버지께 명함을 건네보기도 한다.

그러다 아이템을 발견하면 당장이라도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다. 유치장에 갇혔다 세상 밖으로 나오면 이런 느낌일까?

그렇게 오후 내내 기사를 작성하고 출고를 끝내면 이제 마음이 좀 편안해진다. 그러나 내겐 또 한번의 전쟁이 남아있다.

기자간담회를 빙자한 술자리.. 취재원들은 왜 술이 취해야 아이템을 툭툭 뱉어낼까? 소원이 하나 있다면 취재원들이 아이템을 매일 하나씩 맨정신에 주는 것이다. 제발.

어제 마신 술도 다 깨지 않은 상태에 서 오늘도 난 전쟁을 치르러 떠난다.


한걸음 한걸음 착실히… 완생을 위해!
양준호 수습기자

오전 7시10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인천 서부경찰서 앞.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경찰서 당직팀으로 향한다."

오늘은 누가 당직이더라? 아! 고팀장 있는 3팀이구나! 오늘은 까칠하게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경찰과의 기 싸움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시경 캡 선배의 조언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지만 막상 일선 현장에서 이들을 접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새 가슴이 되고 만다.

마음속으로 심호흡을 한 뒤 당직팀 문을 열고 들어간다. "안녕하세요? 팀장님. 지난 밤 별일 없었나요?" 졸고 있던 고 팀장은 내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나를 흘끗 쳐다보지만 이내 자세를 가다듬더니 시선을 내리깐다.

"변사도 없었고 조용했습니다." 고 팀장의 목소리엔 무뚝뚝함이 뚝뚝 묻어나왔다. 고압적인 태도는 아니었지만 괜스레 위축된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지난 밤 사건 사고를 체크하려 했지만 녹록치 않았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며 강력팀과 교통과, 여성청소년과를 마지막으로 사건 체크를 마무리 짓는다. 경찰서 문을 나서니 벌써 시계는 오전 8시 30분을 가리킨다.

"아 늦었다. 오늘 지방청 광역수사대도 갔다 와야 되는데. 약속시간 내에 갈 수 있겠지?" 마음이 조급해진다. 자가용이 없으니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되는데 이동 시간만 1시간이 걸린다. 어쩔수 없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뜀박질이다.

겨우겨우 약속시간인 9시 30분에 광역수사대장을 만났다. 최근 발생한 도박사건에 연루된 경찰관에 대해 취재하기 시작했다. 도박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 꾸준히 관심을 가졌던 덕분이었을까? 광역수사대장이 도박에 연루된 경찰관을 증거불충분으로 검찰에 송치됐다는 내용을 들었다.

단독 타이틀을 기사 제목에 쓸 수 있는 뜻밖의 수확이었다. 바로 시경 캡 선배에게 보고해 기사화했다. 나도 할 수 있다 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기자 생활하면서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면 안 된다는 선배들의 충언이 있었지만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아직 나는 기자가 되려면 멀었나보다. 작년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드라마 미생(未生) 의 명대사가 불현듯 생각난다. "기초가 없으면 계단을 오를 수 없다. 기초 없이 오른 성취는 단계를 오르는게 아니라 성취 후 바닥으로 돌아가게 된다."

맞다. 나는 아직 완생(完生)이 되려면 멀고도 멀었다. 하지만 착실히 한걸음 한 걸음 나가다보면 진정한 기자가 될 수 있으리라.

<저작권자 © 인천경기기자협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