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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소중한 삶을 지켜보는 지역 언론에 단비가 필요하다이재준 수원특례시장
인천경기기자협회 | 발행일시 2023.11.21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11월인데 너무 따뜻하다. 수원시청이 있는 인계동만 해도 11월 첫 주 기온이 25도까지 올랐다. 평년기온이 10도 안팎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이상스레 따뜻한 늦가을이 반가울 리 없다. 심각한 수준의 기후 온난화 문제는 이제 현실이고, 기후가 원인이 되는 재난도 일상화됐다. 기후환경 변화 문제를 화두로 꺼낸 이유는 언론환경에도 ‘뉴스의 사막화(news desert)’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뉴스 사막’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페니 에버나시 교수팀이 지역신문 현황을 연구하며 제시한 개념이다. 미국 내에서도 운영위기와 폐업을 맞는 신문사가 크게 늘어 지역 언론이 없는 곳에 사는 사람이 400만 명을 넘긴지 오래라고 한다. 지역 언론이 없는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소통의 갈증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미국만의 이야기로 치부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도 지역 언론의 위기를 걱정한 지가 이미 오래다.

기후 문제로 다시 돌아가 보자. 태풍 같은 자연 재난이 닥칠 때마다 중앙언론의 보도가 서울에 편중된 경향을 보인다는 지적이 재론된다. 태풍이 서울을 비껴가면 중앙언론은 ‘이번 태풍은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고 말한다. 하지만 태풍이 지나간 다른 지방에서는 큰 나무가 부러지고, 물이 불어 오갈 수 있는 길이 사라지고, 뒷산에서 밀려 내려온 토사에 집 벽이 무너졌다. 어느 지역의 누군가는 일 년 농사를 망쳤고, 다른 지역의 누군가는 하룻밤 새 수재민이 됐고, 또 다른 지역의 누군가는 목숨을 잃었다.

중앙언론에서 지역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는 어렵다. 서울과 인접한 몇몇 도시들만 자세히 살피고, 지방은 멀리서 전체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미흡했던 사전 대비를 분석하고, 재발을 방지할 사후 대책을 주시하는 것은 지역 언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지역 언론이 없다면 지역의 이야기들은 뉴스 사막의 모래 아래에 파묻히게 된다.

지역 언론이 살아있는 지역의 이야기를 발굴해 보도하는 것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8월 화제가 됐던 사진기사도 그 예다. 우리 지역의 한 언론사가 보도했던 미담이다. 안산의 어느 거리에서 폐지가 담긴 손수레를 끄는 노인에게 우산을 씌워주던 여성을 담은 사진이었다. 자신의 어깨가 젖는 것도 개의치 않고 노인과 걸음을 맞춰 걷는 장면을 본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고 전국적으로 뉴스가 퍼져 나갔다. 사소한 듯 하지만 소중한 우리의 삶을 지켜보는 지역 언론이 시민에게 위안을 준 셈이다.

우리 수원시도 지역 언론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특례시’라는 지방자치의 새로운 옷을 입기까지 우리 지역 언론들이 지방분권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함께 설파하며 힘을 모았다. 지금도 경제특례시로 도약하려는 구상에 대해 관심을 쏟고, 현실적인 분석과 지적으로 더 나은 방향을 만드는 과정에 지역 언론이 함께 있어 든든하다.

지역 언론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한국지방신문협회와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가 지난 1일 한 목소리로 성명을 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지역신문발전기금 예산이 10% 이상 삭감될 위기라고 한다. 기획취재지원비, 지역민참여보도사업, 지역신문활용교육지원비 등 지역 언론 활성화의 밑거름이 되는 예산이 줄어든다고 하니 걱정이다.

지역 언론은 지역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확성기이다. 지역 언론이 힘을 잃는다면 시민의 이야기도 크게 퍼질 수 없다. 지역사회를 감시하고, 지역 여론을 공론화하는 것도 지역 언론의 역할이다. 지역 언론이 건재하지 않으면 중앙언론이 선정한 뉴스와 여론에 따라 의사결정 구조가 지배돼 지역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앞으로도 시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피고, 나아가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데에 지역 언론이 함께 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려면 지역 언론의 사막화를 막기 위한 단비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방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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