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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로 산 1년-공지영(경인일보 문화부)기자
인천경기기자협회 | 발행일시 2016.11.28

아직 동도 트지 않았는데,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엄지손가락을 빨고 있다.

지난 밤 2~3시간 간격으로 잠을 깨는 통에 제대로 잠 한숨 들지 못했는데, 살짝 눈이라도 감을라치면 여지없이 울음보를 터뜨린다. 그 소리에 정신이 번쩍해 몸을 일으킨다.

수유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까꿍 놀이도 했다가 춤까지 추며 재롱을 부린다. 전화기를 붙들고 취재원과 싸우고, 곳곳의 사건 현장에서 이리저리 구르며 취재하던 몇 달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일상이다.

기자가 아닌, 엄마로 살았던 1년을 이야기해달라는 부탁에 그 시간을 돌이켜봤다. 불과 2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워킹맘으로 육아와 일을 병행하다 보니 벌써 그 시간이 희미하고 아득하다.

육아휴직 1년. 처음엔 그 긴 시간 무엇을 해야 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독서도 하고, 취미생활도 하면서, 살도 좀 빼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얼마나 헛된 ‘꿈’이었는지 깨닫는 데는 아기가 태어나고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육아휴직’을 ‘1년 동안의 수습기자’로 비유한다면 조금 이해가 쉬울까? 자고 싶을 때 자지 못하고, 쉬고 싶을 때 쉬지 못하며, 1진 아기님의 상태에 따라 나의 스케줄이 결정되는 일상이 1년간 이어졌다.

‘왜’라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살며 논리를 따지던 생활에 익숙하던 나에게 아기는 도저히 머리로 납득할 수 없는 물음표였다. ‘왜’라는 물음도 통하지 않았고, 논리나 원칙도 전혀 적용될 수 없었다.

어느 날은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울다가도, 갑작스럽게 함박웃음을 지어 온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별것 아닌 아기의 움직임 하나에도 어제와 다른 모습이라며 나만 아는 ‘단독’이라도 한 것 마냥 뛸 듯이 기뻐했다.

정보를 먹고 사는 직업을 가진 터라 아기를 낳기 전, 나름 책도 많이 보고 틈틈이 육아 관련 교육도 받으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론은 이론일 뿐이었다. 모유 수유도, 이유식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몸으로 부딪치고 마음고생도 진하게 하면서 조금씩 숙련돼 갔다. 우는 아기를 달래며 저도 모르게 ‘부족한 엄마라 미안해’를 되새기곤 했다. 길다고 생각했던 1년은 무척 짧은 시간이었고 복직이 다가올수록 어린 아기를 두고 나가야 하는 모진 엄마가 된 것 같아 죄책감에 시달렸다.
온갖 감정이 물밀 듯 밀려오는 숱한 밤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엄마가 돼 있었다.

복직 후 생활에 치여 그 시간을 잊고 살았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영화 ‘그래비티’가 생각난다. 적막한 우주에 놓인 것처럼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시간 속에 아기와 나만 존재했다. 아기의 두 눈엔 온통 엄마뿐이다. 오로지 엄마에게만 반응하고 엄마의 품만을 파고든다.

꿈같은 시간이었고 눈물이 날만큼 그리운 시간이었다. 경험해 보지 않는다면 결코 알 수 없는 게 아이를 키우는 일이다.

힘들지만 온전히 육아에 전념할 수 있었던 그 시간이 저뿐 아니라 모든 엄마들에게 보장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시 열심히 일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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