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신용규 문화체육부 기자, 최영지 사회부 기자, 조재훈 지역사회부 기자.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신용규 문화체육부 기자

최근 인기리에 종영 한 피노키오 라는 드라마가 있다. 사회부 수습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라고 들었지만, 드라마를 챙겨 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내가 수습기자가 됐다고 하자 주위에서는 "너도 드라마 주인공같이 밤새 경찰서를 도는 거야?"라는 질문부터 시작해 언제부터 네 이름으로 된 기사를 볼 수 있느냐", 사회부 기자들은 다들 정의감이 넘치냐"는 등 드라마와 관련한 수많은 질문을 듣게 됐다.

하지만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은 매체의 힘이 이 정도로 강하구나 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더라면 사회부 기자들에 대해 관심이나 가지고 있었을까?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해서 나 또한 할 말이 없다.

그동안 나에게도 사회면은 대충 훑어보기만 하는 섹션이었기 때문이다. 항상 1면을 맡는 정치면, 우리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경제면, 그리고 가장 관심이 많은 스포츠면 정도가 눈에 들어오는 기사들이었고, 사회면은 항상 관심 밖의 일이었다.

하지만 짧은 시간 사회부소속으로 다양한 현장을 뛰어다니며 사회면이라 말로 신문을 만드는 가장 기본이며, 언론사의 척추라는 사실을 느끼게 됐다. 사고가 일어나길 바라는 기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대신 사고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감시자의 역할을 사회부 기자들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보다 소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아니겠는가.

이제 사회부에서 배우는 남은 기간 동안, 사회에 대한 날 선 비판 의식과 사건 사고에 빠르게 움직이는 기민한 행동력들을 모두 내 것으로 만들 생각이다. 이러한 배움이 나를 좀 더 나은 기자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오늘도 자문해 봅니다 어떤 기자가 될 것인가
최영지 사회부 기자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매일 아침 두세 시간씩 신문을 열심히 읽었던 것이다. 새로운 팩트가 업데이트 되면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고 외울 뿐이었다.

하지만 수습기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정보를 받아들 이기보다는 정보를 제공하는 입장에 가까워졌다. 사고가 일어난 시간이나 장소부터, 사고의 원인까지도 스스로 발품을 팔고 귀동냥을 통해 알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지구대에서는 신문을 보거나 다른 일을 하는척하면서도 귀는 온통 무전과 경찰들의 말에 쏠려 있다. 어린이집에 잠입하거나 불법건축물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 일찍 결혼해 아이가 있다 거나 집을 구하고 있다 는 등의 거짓말도 해야 했다.

교통사고 정황을 알기 위해서 병원 중환자실에 몰래 들어가기도 했고 경비한테 걸려 쫓겨나기도 했다. 교통사고 정황을 알기 위해서 병원 중환자실에 몰래 들어가기도 했고 경비한테 걸려 쫓겨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을 하며 그동안 아무생각 없이 읽던 기사에 많은 기자들의 노고가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경찰들도 가만히 있는 기자에게 정보를 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매사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 4주 동안 정말 많은 푸대접을 받았다. 인터뷰를 거절당하고 대놓고 싫어하는 티를 내는 사람들을 보며 이러면서까지 기자를 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기자가 아닌 다른 일을 했다면 모든 것의 중심은 나로 한정됐을 것이다.

기자라는 직업으로 내가 아닌 남을 생각할 수 있고, 더 큰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는 점에서 기자를 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남은 두 달의 수습기간동안 많은 이들이 필요로 하는 기자가 되기 위해 더 많이 보고 배울 것이다.


겨울과 봄 사이에서 수습을 외치다
조재훈 지역사회부 기자

내 하루 일과는 중부일보 편집국 작은 책상에 앉아 지난 취재를 낱낱이 보고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파출소와 지구대에서 나눈 대화, 전날 취재한 르포기사, 새벽에 경찰서에 확인한 사건들이 서류철 안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조 기자 의 기록물이 써 내려져 가고 있는 것이다.

해가 뜨면 취재를 나가고, 해가 지면 지구대 및 파출소를 돌고 있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지만 행복은 가끔 찾아온다. 새벽2시에 파출소 전화기로 선배, 조재훈입니다. ○○파출소입니다. 말할 때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

그것도 잠시, 2시간쯤 눈을 붙이고 아침 5시10분에 다시 경찰서로 향한다. 매일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혼도 많이 났다. 벌써 혼나는 것에도 내성이 생기다 보니 취재가 수월해 지기도 했다.

얼마 전, 한 병원에서 위세척 치료를 받은 환자를 찾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13층 병원을 모두 둘러보다가 간호사들로부터 핀잔을 들었다. 혼이 나면서도 못들은 척 두리번두리번 거리면서 다녔으니 얼마나 수상했을까. 결국에는 3층에 있다는 환자를 발견해 칭찬도 받았다.

수습기간동안 외모는 거의 노숙자에 가깝다. 외투는 일주일동안 똑같은 것을 입고 다니고, 발바닥은 너무 걸어서 물집이 잡혔다. 얼굴은 푸석해지고 몸뚱이는 몸살감기에 잠식돼 있다.

어디서 이런 경험을 또 해볼까. 이렇게 배우며, 또 혼나며, 또 하루분의 경험이란 영 양분을 얻었다. 어서 봄이 돼 이 영양분을 바탕으로 싹을 틔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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