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언론 미디어가 자살에 미치는 영향은 참으로 막대합니다. 유명인의 자살이 언론에 보도되면 될수록 그와 유사한 방법으로 자살하는 사람의 숫자가 단기간에 급속히 증가하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제는누구나 알고 있는 베르테르 효과가 그것입니다.

실제로 배우 이은주 씨의 자살사고 직후 한 달(1309명)의 자살률이 이전 달(736명)에 비해 1.8배 이상 증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최진실 씨의 자살 역시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면 1.7배 증가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젠가 국내 지상파 방송국을 대표하는 방송사의 PD가 대구지역 실직가장 연쇄자살 관련기사 취재차 필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첫 질문은 예외 없이 왜 실직 가장들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을까요? 였습니다. 그렇게 실직가장 으로 초점이 맞춰진 자살관련 보도를 보게 된, 하루하루 현실을 힘들게 버티고 있는 실직가장 중 어느 한 명이라도 난 살 자격이 있나? 나도 죽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미디어의 폐해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줄수 없는 상황에서 실직가장과 같은 특정적 사항을 자살을 관련지어 부각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자살이 한 개인의 문제나 책임이 아니듯 자살예방 또한 전 사회적 관심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비정상적 으로 높은 우리 사회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터인데 과연 그 특단의 대책이 무엇일까? 라고 생각해보았을 때 제 마음에 떠오르는것은 언제나 미디어의 역할입니다. 만약 모든 언론사가 일 년 동안 자살관련 보도를 한 건도 하지 않는다면 과연 자살률은 어떻게 될 것일까? 라는 공상에 빠져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이므로 언론 미디어의 역할이 자살예방에 어떻게 순기능적으로 발휘될 수 있을 것인가를 같이 고민하는 것이 맞을 것 입니다.

미디어가 자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감소시키고 긍정적인 측면을 확대하고자 경기도와 인천경기기자협회는 협약을 체결하고, 자살보도 권고기준 준수를 위한 언론사 간담회와 기자 정신건강교육을 실시해오고 있습니다. 아울러, 인천경기기자협회 소속 언론사들에서 농촌 노인 자살의 실태, 도 자살예방사업에 대한 비판과 발전적 제언, 번개탄 자살의 실태 및 예방전략 등 자살예방에 관한 심도있는 기획기사들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자살에 관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살사건 보도를 최소화하고, 자살 위험성을 알리며 이웃에 관심을 유발하는 기사가 정책입안가와 도민에게 자살예방 중요성을 인식시킴은 물론, 삶을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고 생명사랑과 존중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언제나 큰 관심으로 도움 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저작권자 © 인천경기기자협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