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정리부터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아
강판 순간까지 후배들 칭찬·용기의 조언
밤 10시 "수고했어" 인사 따뜻한 선배

기호일보 편집국의 오후 세 시.

기삿거리를 가지지 못한 편집기자들이 그곳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하고 또 신문을 들었다. 전날 회식에도 불구하고 이미 숙취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보였다. 그들의 눈은 그 광선이 살아있고 또 불균등한 속에서 쉴 사이 없이 제 각각 데스크에 건수, 사진은 아직 없느냐며 하소연한다. 때로 탄력 있는 손님의 발소리가 이 안을 찾아들고 인사 소리가 들리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편집국 사람들은 그것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한 잔의 커피를 청하고 책상 위 모니터에 눈길을 보냈다.

탁!

순간 조용하던 사무실이 정적에서 깨어난다. 궂은일도 마다치 않는 정용석 선배가 어지럽게 놓여있는 신문을 정리하는 소리였다. 익숙한 그 뒷모습을 한 번씩 바라보고 있다가 다시금 각자의 일에 집중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자, 보자~하는 소리와 함께 분주한 마우스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수습 하나가 급하게 써내려가던 펜을 내려놓고 용기를 내어 질문을 쏟는다. 약간의 멈칫거림도 없이 명확한 답변을 주어도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이다.

그런 반응에도 아무렇지 않게 직접 시범을 보인다. 또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해내기도 한다. 수습은 그 빠른 손놀림과 날카로운 안목을 보며 다시 고개를 숙이고 경탄한다. 찰떡같이 말해줘도 개떡같이 알아듣는 수습을 보며 화가 치밀어 오를 만도 하지만 정작 화를 내는 법은 없었다. 다만 칭찬과 용기를 주며 편집기자로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도왔다. 강판하는 순간까지 주변 후배들에게 조언해주기 바빴다. 그 모습이 후배들 눈에는 대단해 보였다.

어느덧 밤 10시가 다 되어 일이 마무리 되었다. 그들의 얼굴에, 그들의 걸음걸이에 역시 피로가 있었다. "수고했어~" 하루를 마무리하는 따뜻한 인사를 잊지 않는다. 오늘도 무사히 넘겼구나. 오직 그 생각에 조그만 한 개의 행복을 갖는다.

/기호일보 편집부 배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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