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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평화기행] 지금도 '제주의 봄'은 4월3일부터…
인천경기기자협회 | 발행일시 2019.05.01

“제주도에 봄이 언제 찾아오는 줄 아세요? 대부분의 ‘봄’은 3월에 시작되지만 ‘제주의 봄’은 4월3일이 지나야 비로소 옵니다”

지난달 29~30일 인천ㆍ경기기자협회 등 한국기자협회 소속 언론인 80여 명이 제주도에 모였다. 이들은 거리 곳곳 만개한 봄꽃과 살랑대는 바람을 즐기며 ‘제주 4ㆍ3 평화기행’에 몸을 실었다. 1박2일 투어에 함께한 고은경 제주4ㆍ3평화재단 문화해설사는 인사를 건네며 “제주 4ㆍ3 사건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세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제주 4ㆍ3 평화공원

■ ‘얼마나 알고 있더라…’

첫 방문지는 제주 4ㆍ3 평화공원.

1만5천여 희생자 위패가 모셔져 있는 이곳은 군ㆍ경의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희생당한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및 넋을 위로하기 위해 조성됐다. 1947년부터 1954년까지 7년7개월 동안 제주 인구의 10%가량이 숨졌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자그마치) 60여 년이 지나서야 문을 열게 된 서글픈 명소다.

평화공원 안 카페에서 만난 김아무개 할아버지는 “옛 친구 생각이 나 문득 한 번씩 평화공원에 오곤 하는데 4월만 북적이고 평소엔 한가해. 관련 있는 사람 말곤 누가 쉽게 오려고 하겠어”라며 “사시사철 시끌벅적하면 ‘거기’서도 얼마나 좋아할꼬”라고 뒷말을 아꼈다.

이튿날엔 4ㆍ3 사건의 생존자이자 희생자 가족인 홍춘호 할머니(82)를 만났다.

‘빨갱이 마을ㆍ폭도 마을ㆍ잃어버린 마을’로 일컬어지던 제주도 서귀포시 동광 무등이왓 터에서 홍 ‘소녀’는 열한 살의 나이로 항쟁의 역사를 겪었다.

당시 군을 피해 숲 속에 50여 일을 숨어 살았다는 홍춘호 할머니는 “하늘에서 ‘펑’ 소리가 나고 매운 연기와 함께 벌건 하늘이 보이면 ‘오늘은 옆 마을이 탔구나’ 하면서 다시 숨어들었지”라며 “세수도 못 하고 먹지도 못하고 짐승이 따로 없었어, 아니 짐승보다 못한 삶이었어. 이유도 모른 채 그러고 살았으니 아직도 마냥 억울해”라고 애써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그냥 살다 보니 아직까지 살게 됐는데 4ㆍ3 사건을 아무도 몰라주네. 심지어 우리 손자 손녀도 몰라”라며 “다들 관심을 주면 좋을 텐데…”라고 덧붙였다.

전국 언론인 초청 제주 4.3 평화기행

■ 4ㆍ3 사건의 진실 규명은 이제 시작된다

이어 ‘사건 현장’이 밀집된 송악산 입구에선 캄캄하고 습한 진지동굴, 탄약을 저장하는 길로 이어지는 고사포진지, 움푹 파인 섯알오름 학살터와 그 옆에 쌓인 탄약고 잔해물 등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인상깊던 건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군사시설로 쓰이던 알뜨르 비행장이다.

알뜨르는 ‘아래 벌판’이라는 고운 뜻을 담고 있지만 일본은 이 너른 벌판에서 가미카제 조종 훈련을 벌였다고 한다. 더욱 슬프게도 이 비행장은 일본군에 강제 동원된 제주도민에 의해 지어졌다.

실제 알뜨르 비행장 격납고 안엔 일본이 패전 후 버린 제로센전투기의 모형이 자리하고 있다. 전투기에는 형형색색 리본이 달려 있었는데 이 리본은 방문객들이 평화의 염원을 담은 메시지를 걸어놓은 것이라 한다.

청정 바다, 푸른 하늘을 안은 제주에 서린 한 많은 역사를 두고 도민들은 “미완성의 4ㆍ3을 완성하려면 육지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전한다. 제주 4ㆍ3 사건을 심층 취재하고 이번 투어에서 세미나를 연 허호준 한겨레신문 기자 역시 “제주 4ㆍ3 사건을 재조명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 한 번의 ‘인정’도 ‘사과’도 하지 않던 군ㆍ경이 마침내 올해 처음으로 공식적인 애도를 표한 만큼 차차 제주도의 봄날이 앞당겨지길 바란다.

/경기일보 이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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