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 출범을 앞두고 설렌다. 이번 국회에서는 지방자치법이 환골탈태할 수 있을까? 현재 지방자치법에 나와 있는 4대 자치권, 즉 자치입법권·자치조직권·자치재정권·자치계획권은 중앙정부에 의해 철저히 억압받는 구조다.

‘의정기능 강화’라는 변화의 바람을 만드는데도 여지없이 억압의 실태가 드러난다. 조직을 신설하고 재정을 마련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상위법에 저촉돼 옴짝달싹할 수 없다. 전국 지방의회가 진정한 지방자치의 꿈은 있으나, 감히 시도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기도의회는 이러한 법과 제도적 한계 속에서도 도민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의정기능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의정기능은 도민의 삶에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입법 활동과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일이다.

다양한 민의를 수렴해 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물론 도지사의 정책을 꼼꼼히 분석해 정책의 실효성을 따지고, 재정 투자의 적정성을 살핀다. 이렇게 예산 낭비를 막는 것이 도민을 위하는 길이자, 집행부와 대등한 역할로 지방자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

나는 이미 2012년 경기도의회가 예산정책담당관실을 만드는데도 의장으로서 역할을 했고, 이번 의장 선거에서도 집행부 쪽으로 기울어진 축을 바로잡는 ‘강한 의회’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경기도의회는 지금 의정기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쟁점은 세 가지다. 첫째, 입법기능과 예산분석기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의 문제다. 경기도는 인구나 면적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경기도의회는 128명의 도의원이 활동하고 있고, 의회사무처에는 216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106명의 시의원에 289명의 사무처 직원이 있다. 국회의원은 한 명당 보좌 인력만 9명이다. 여기에 예산정책처·입법조사처·법제실 등 전문 조직의 도움을 언제라도 받을 수 있다.

도민의 다양한 요구를 담아내기 위해 해마다 의원들의 조례 발의 건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집행부 견제와 감시는 더욱 전문가적 견해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조직과 인원을 늘릴 수는 없다. 법적·제도적으로 막혀있기 때문이다. 지방의회도 국회처럼 입법과 예산분석을 지원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 더 열심히 일하는 의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둘째, 교섭단체별로 정책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다. 정책위원회 전문 인력을 개방형으로 채용해서 인사권을 대표가 행사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인사권이 집행부에 있어 정당과 의회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예산분석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예결위를 상설화하는 것이다. 현재는 1년에 140일만 회기가 열리는데, 상임위별로 1명씩 13명의 예결위 의원들은 저마다 2개의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상시적으로 예·결산을 할 수 없는 구조다. 교육청 예산까지 30조가 넘는 예산 심의기간은 통상적으로 2주가 주어진다. 주말을 빼면 하루에 3조 원 이상 심의해야 한다. 수박 겉핥기식 심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경기도의회, 경기도, 국회 관계자, 외부 전문기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 여러 차례 간담회에서 깊은 논의가 이뤄졌고 머지않아 전국 지방의회가 주목할 만한 해법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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