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 거리와 교정은 푸르러 가는데 물끄러미 눈길을 보낼 여유는 있으신가요? 우리는 다들 왜 이렇게 바쁠까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우리 사회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만을 알찬 시간으로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나’라는 자아를 만든 것이 목표 달성을 위한 시간뿐이었을까요? 사람을 만나고 좋은 친구가 돼가던 시간, 시험에 나오지 않는 책을 밤새 읽던 시간, 사랑하는 가족과 어울리던 시간, 우리 반 아이들과 공을 차고, 노래를 부르던 시간, 대가 없이 누군가를 도와주던 시간, 낯선 여행길에서 문득 나 자신을 발견하던 시간. 이런 순간은 자투리 시간들이 아니었습니다. 그 자체로 소중한 ‘삶의 시간’입니다.

‘5.5… 11…’ 어떤 숫자일까요? 앞의 숫자는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평균 수면시간입니다. 뒤의 숫자는 고등학생 하루 평균 학습시간입니다. 학습시간이 수면시간의 딱 두 배입니다. 세계 최고의 학습시간입니다.

어떤 분은 말합니다. "공부는 학생의 본분이다.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초등학생은 중학생 과정을, 중학생은 고등학생 과정을 미리 공부하며 힘겨워합니다. 지난 2013년 한국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OECD 34개 국가 중 우리 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가 최하위로 나타났습니다. 제 나이에 맞는 삶의 시간을 대입 이후로 미루고, 시간을 앞당겨 쓰는 것입니다. 제 나이에 알맞게 성장하고 공부하도록 돕는 것이 어른들의 본분이 아닐까요? 시간은 다시 오지 않기에 더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본래 학교는 여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스쿨(school)’은 ‘여유’를 뜻하는 그리스어 ‘스콜레(schole)’로부터 유래됐습니다. 학교는 본래 여유 있게 사색하며 배우는 곳이었지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유로운 시간은 배움에 꼭 필요한 조건이었습니다.

인천시교육청은 학생들을 위한 시간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등교시간을 8시 40분에서 9시 사이에 학교에서 선택하도록 권장했습니다. 지금은 대개의 학교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려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전 수업시간의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목소리가 높습니다. 학생들에게 자기주도적인 시간을 주기 위해 보충학습·야간자율학습 선택권(정규교육과정 외 학습선택권)을 보장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교육부와 인천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중학생 자유학기제를 전면 실시합니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6학기 중 한 학기 동안 중간·기말고사 부담에서 벗어나 다양한 진로·체험활동을 하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제도’입니다. 중학생들에게 잠시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을 선물한다는 점에서 기대되는 정책입니다.

또다시 5월이 왔습니다. 지난해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발표한 어린이놀이헌장 중에는 ‘어린이는 자유롭게 놀거나 쉴 수 있도록 놀 터와 놀 시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세상 모든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놀 권리가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31조의 내용입니다.

이 선언들은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는 것은 아이들의 권리이며, 어른의 의무라는 철학이 담겨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인천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시간을 제대로 돌려줄 수 있을까 궁리 중입니다. 인천시민들의 제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의 시간에 여유가 깃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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