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갑자기 선배로부터 특명이 내려왔다.

‘아지트를 소개(공개)하라’

고향이 광주요 상경한 이후로는 쭉 고양에서 살고 있던 촌놈이 수원에 자리를 잡은 지 이제 2년 남짓. ‘아지트’라고는 마음에 맞는 선후배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스윗홈과 일주일에 두어 번, 찾는 볼링장뿐.

기사를 ‘내 집을 소개합니다’로 바꿔버릴 수는 없는 터라 당장 비밀의 볼링모임 단체 대화방에 볼링장을 소개해도 되냐는 글을 올렸다.

"볼링장이 수면위로 떠오르는 순간 전쟁"이라는 대장님의 한마디로 기각.

쉬울 것 같던 아지트 소개는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이해 될 리 없는 전문 과학 기사를 3부작 특집으로 준비하는 것처럼 부담되기 시작했다.

‘도대체, 누가, 자신의 일탈 장소를 쉽게 공개하겠는가’라며 기획자의 의중이 궁금해짐과 동시에 원망만 늘어가고 있을 때 쯤, 광섭 선배가 저녁을 먹으러 가자며 권선동에 위치한 ‘33통구이삼겹살집’을 소개해 줬다.

▲ 달아오른 불판처럼 분위기도 후끈한 수원설렁탕에 기호일보 경기본사 기자들이 모였다. 정갈하게 차려진 반찬과 두툼한 삼겹살을 보노라면 절로 술이 넘어갈 것 같다.

트럭 타이어만한 크기의 솥뚜껑에, 반찬도 특색 있고, 고기 맛도 훌륭한 그곳으로 아지트 소개 낙점.
한참 글을 써서 올리고 나니 음식 사진만 가득 올려서 쓸 수 없단다. 사람 나오는 사진을 찍기 위해, 경기본사 차원의 회식이 결정됐다.

그리고 회식이 결정된 일요일, 그 고기 집은 거짓말처럼 문을 닫았다. 그렇다. 결국 사진 때문에, 사진에 맞춰 난 다시 글을 쓰고 있다(울컥!).

여하튼, 사람은 모였지만 갈 곳 잃은 우리 앞에 또다시 구원투수가 나섰다.

‘삼겹살은 냉삼’이라는 박광섭 선배의 말씀.

선배를 따라 이번에는 권선동에 위치한 수원설렁탕으로 향했다.

이쯤 되면 ‘감히 기자들의 아지트로 설렁탕집에서 파는 냉동삼겹살을 소개하려는 것이냐!’, ‘협회보가 장난이냐?!’ 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장담컨데, 화투짝 두개 정도의 크기에 두툼한 냉동삼겹살을 9천 원에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자리를 잡고 앉으면 자신 있게 고기가 먼저 나온다. 위생상태 100점을 받아 마땅한 불판(탐난다)에 고기를 얹고 나면 잠시 후 반찬들이 나온다.

파절임, 마늘, 고추, 김치, 콩나물 무침 등 고기 집의 공식과도 같은 반찬들이 정갈하게 차려진다.

삼겹살을 3열 종대로 불판 중간에 놓고 상단에는 상추를 올려 구워진 고기를 올리자, 아래에는 김치, 콩나물 무침, 인심 넉넉히 나온 마늘을 구워주면,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고 바삭하게 구워진 삼겹살이 가격까지 부담 없으니 계속 들어간다. 후배들에게 인심 쓸만한 곳이다.

마지막 팁으로 이 집은 전문 삼겹살집이 아니다. 볶음밥을 찾아서 이모들을 당혹시키지 말자.
앞서 말한 밑반찬에 고추와 함께 나왔던 고추장을 3분의 1숟가락, 삼겹살 기름을 잔뜩 머금은 볶은 김치와 볶은 콩나물 무침, 상추 1장을 먹기 좋게 가위질 한 후 밥 한 그릇과 참기름을 부탁해 볶는다.

여기에 가운데 홈을 만들어 흔히 차에 한판씩 갖고 다니는 계란 한 알 깨뜨리면 훌륭한 볶음밥 완성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오늘 저녁은 ‘냉삼’이 어떠신지.

기호일보 경제부 양진영 기자

<저작권자 © 인천경기기자협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