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에 찌들고 술에 취한 아빠…
'신문은 세상을 바꾼다'는 말에 반감
함께 지리산 종주하며 많은 것 배워

아빠의 직업은 신문기자다.

어릴 적부터 줄곧 봐왔던 아빠의 모습은 항상 피곤해 보였다. 남들 다 쉬는 빨간 날 도 아빠는 출근했다. 가족과 함께 있을 때도 휴대폰을 놓지 못하셨다. 항상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약속이 있으셨다.

밤늦게 들어오시는 아빠의 담배 찌든 내가 싫었다. 잠든 내방 문을 열고 자는 날 깨울 때는 항상 술에 취해 계셨다. 아빠는 정말 일을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 그런 모습에 엄마도 불만이었다. 아빠는 신문과 결혼했다고 했을 정도다.

그런 아빠가 요즘 나에게 관심을 갖는다. 사회에 대한 불만만 얘기하던 아빠가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대화를 하자고 하신다. 그 관심이 싫었다.

엄마의 잔소리도 지겹지만 그래도 엄마니까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아빠의 꾸지람은 형편없다 는 핀잔 그 이상이다. 항상 마음에 상처로 남았다.

차라리 예전처럼 내가 잠들어 있을 때 집에 들어왔다가 출근했으면 할 때도 있다. 내가 중학생이 되고부터 아빠는 신문에 이런 기사가 났으니 너도 좀 읽어 보렴 하고 숙제 아닌 숙제를 내 주시곤 한다. 요즘엔 페이스북에 친구를 맺고 노골적으로 신문 읽기를 권한다. 페이스북에 신문 읽어주는 아빠 란코너를 만들어 신문에 실린 기사에 대한 내 생각을 묻곤 하신다.

몇 번은 마지못해 아빠가 시키는 대로 신문을 읽어보지만, 사실 재미가 없다.

아빠는 신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매일 아침 배달되는 종이 쪼가리가 뭐라고 세상이 바뀐단 말인지 반문하고 싶었다.

세상에 대한 온갖 불만을 혼자 안고 사시는 듯한 아빠에 대한 반감인지도 모르겠다.

그럴수록 아빠와 나 사이의 간극은 점점 더벌어질 수밖에 없다. 알면서도 난 항상 아빠의 말에 퉁명스럽게 짧게 답하곤 한다.

신문보다 핸드폰을 통해 들여다보는 세상이 더 재미있고, 친구들과 PC방에서 게임을 하면서도 충분히 배울게 있다는 것을 아빠는 모르시는 것 같다.

아빤 왜 딱딱하고 재미없는 신문만을 고집하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이 단지 세대차이겠거니 했다.

그런 아빠가 한 번은 나와 둘이 산에 가자며 지리산 종주얘기를 하셨다. 말로만 그러신 거겠지 했다. 하지만 아빠는 진지하게 산행을 준비하셨다. 중3인 아들과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며 간절함마저 느껴졌다. 사실 아빠와 단둘이 2박3일 산행이라니 좀 부담도 됐다. 또 아빠의 체력으로 밤샘 산행이 가능할지 걱정도 앞섰다.

아빠와 함께 별무리를 보며 걸었던 밤길과 산 정상에서 맞은 일출, 배곯아가며 씻지도 못한 채 잠들었던 대피소는 아마 두고두고 생각이 날 것 같다. 아빠는 내가 산행 내내 묵묵히 걷기만 했다고 하시지만 아빠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멀리보지 말고 한발 한발 딛고 올라야 지치지 않는다며 산행 내내 나를 이끌어 주셨던 아빠를 이제는 이해하고 응원할 수 있을 것 같다.

신문기자인 아빠, 신문 읽어주는 아빠를 누구보다 존경한다.

/지영서 (인천논현중학교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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