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월 한 선배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났습니다. 첫 만남에서 그 남자는 경기일보 사진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심지어 IMF사태로 인해 월급은 삭감되서 나오고 있고 수원 변두리에 20평 전셋집은 구할 수 있으나 부모님이 연로하셔서 언제라도 모셔야한다! 라는 조건을 너무나 당당하고 자신있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위해 사진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했고 이 직업에 확신과 믿음을 가지고 있다. 라고도 했습니다. 당당한 태도와 책임감 있는 모습에 그래, 저 사람이랑 결혼을 하면 처자식은 굶기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1999년 9월, 만난 지 8개월 만에 결혼을 했습니다.

당시 저는 신문사 사진기자가 남들에게 인정받고 존중받는 직업이라 생각했습니다.

결혼 첫 해 경기지역 보도사진전에 참석했을때 당시 타 신문사 사진기자 선배님이 하시던 축사가 떠오릅니다. 우리는 사건, 사고현장 소식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죽을 고비도 넘기고 때로는 사람들의 욕설과 무시를 받아가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만 그런 우리를 사람들은 사진쟁이, 찍사 라고들 말한다.... 축사를 듣고도 그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더랬죠. 그런데 살다보니 저절로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겨울 토요일, 남편이 용인 한국민속촌에 취재를 간다기에 같이 있고픈 마음에 10개월 된아들과 따라 나섰습니다. 민속촌에 도착한 제게 남편은 혁준이랑 놀고 있어! 라고 말을 던져놓고는 자리를 떠났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거지? 라는 마음에 한쪽 팔에 아이를 안고 쫓아가 보았습니다. 남편은 민속촌 정중앙에서 수많은 인파 한가운데로 비집고 들어가 사다리를 세우고 올라가 사진을 찍어대는 것이었습니다. 지나가 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들,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들... 그들 사이에서 장갑도 못끼고 연신 셔터를 누르는 남편의 모습이 어찌나 안쓰러웠던지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납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몇 해 전 그 선배가 보도사진전 축사 중에 하신 말씀을… 

이렇게 사진기자 생활을 해오던 남편에게 커다란 위기가 찾아왔었습니다. 2005년 1월 남편이 직장암 2기 판정을 받은 것이지요. 남편의 나이 불과 만38세였습니다. 저에겐 참 큰 충격이었습니다. 이제 갓 5살, 3살 된 아들이 있고 저 또한 34세 밖에 안되었기에. 그러나 마냥 절망에 빠져있을 수만은 없어 치료에 매진했습니다. 남편은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받으며 점차 건강을 회복하더니 10개월 만에 치료를 모두 마치고 현재까지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남편의 직장인 경기일보는 고맙게도 남편이 회복을 하고 복귀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습니다. 이제는 지난일이지만 그 당시 아팠던 계기를 통해서 저희는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남편의 직장생활을 자세히 알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봉변을 당하기도 하고 온 몸 여기저기를 다치고 들어오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늘 시간에 쫓기고 많지 않은 월급을 받아오는 남편이자 아빠이지만 사진기자로서의 책임감과 성실함만큼은 우리 아이들에게 큰 가르침과 본보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10개월이 지나도록 아빠를 못 알아보던 첫 아이가 어느덧 15세가 되었습니다. 남편은 현재 경기일보에서 사진부장이며 데스크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요즈음도 밤 10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휴일 근무도 다반사고요. 그러나 남편은 늘 자신의 직업이 적성에 맞다고 말합니다.

사진기자요? 아무리 힘들어도 당신이 좋으면 우리 가족도 좋습니다. 사진기자로서의 열정을 갖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남편을, 아빠를, 그리고 선후배 사진기자님들을 응원합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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