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강보한 수습기자, 이정은 수습기자, 신지영 수습기자, 전시언 수습기자.

현장의 스킬, 책에서 배운 것과는 달라
강보한 수습기자

누구에게나 그랬겠지만 제게도 1년의 언론고시 준비생 기간은 길고 불안한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합격통보의 기쁨은 짧았고, 그리고 이어진 수습기자 교육은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과연 기자에 적합한 사람일까요? 저는 과연 좋은 기자가 될 수 있는 것일까요?

1년의 언론고시 준비가 나도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 을 차근차근 채워 넣는 시간이었다면, 한 달의 수습교육은 제가 얼마나 기자로서 부족한 사람인지 차츰차츰 깨닫게 해주는 기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현장의 업무는 제가아는 것과 달랐습니다. 기자로서 갖춰야 할 중요한 능력들이 무엇인지, 그런 능력을 어떻게 갖추는지도 책에서 배우는 것들과 달랐습니다.

면접 질문중 당신이 생각하는 25시라는 말의 뜻을 설명하시오 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결코 다가오지 않지만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늘 생각하는 스물 다섯번째의 시간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수습교육은 언젠간 끝날 것이지만, 제가 좋은 기자 가 되는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도달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스물다섯 번째의 시간처럼 언젠가는 이상적인 언론인 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살아보려 합니다.


기자란? '질문하는 사람, 기록하는 사람'
신지영 수습기자

저는 수습기자가 되기 전까지, 기자란 기사를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누군가 기자란 무얼 하는 사람이냐고 물으면 질문하는 사람 이라고 답하겠습니다. 수습기자의 일과는 묻는 것으로 시작해 묻는 것으로 끝납니다. 지구대 파출소에서 소방서와 병원까지, 경찰관에게 의사에게 소방관과 시민에게 사건 사고에 대해 묻고 또 묻는 것. 저는 지금 묻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질문을 할 수 없는 순간도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 밤 대학병원 응급실에 아파트 15층에서 뛰어내린 남자가 실려 왔습니다. 남자가 수술실로 들어가고 뒤이어 몸을 가누지 못하는 한 여자가 들어왔습니다. 남자의 아내였습니다. 아내는 가슴을 치며 흐느껴 울며 경찰관에게 사고 경위에 대해 말했습니다.

기자에게도 질문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는 걸 그 때 알았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듣고 기록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질문하는 사람, 기록하는 사람 저는 그것이 기자라고 생각합니다. 수습기자 6개월 간 끊임없이 질문하고 매일매일 기록하겠습니다.


진짜 기자가 될때까지 '버티겠습니다'
이정은 수습기자

당신은 왜 여기에 있습니까. 최종면접에서 받은 첫 질문입니다. 떨리는 무릎을 양 주먹으로 꾹 누르며 말했습니다.

"기자가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소원대로 저는 요즘 지구대와 파출소를 돌고 있습니다. 하루는 지구대 문을 열자마자 18! 욕을 먹었습니다. 만취 소녀가주인공이었습니다. 소녀는 제게 "눈을 왜 그렇게 떠? 수갑 풀리면 너부터 죽여 버릴거야"라며 위협했습니다.

순간 면접에서 받은 첫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왜 여기 있을까. 저를 죽이겠다는 사람 앞에서 기마저 죽을 순 없었습니다. 무섭긴 해도 궁금했습니다. 물어보고 적기를 반복해 보고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날 신문에 나왔습니다. 사회면을 펼치며 이런 궂은 일이 제게 일어나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만약 드라마였다면 소녀의 진심을 헤아려 교화시켰을지도 모릅니다. 기자는 그러나 기록 하고 알릴뿐, 함부로 개입해선 안 된다는 것 역시 중요한 교훈이었습니다.

한 지구대의 모 팀장이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기자, 버텨. 버티다 보면 된다. 지구대를 돌수록 저는 경찰을 잘 믿지 않게 됐지만, 이 말만큼은 믿고 싶습니다. 진짜 기자가 될 때까지 버티겠습니다.


결실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시언 수습기자

"수고하십니다 전시언입니다" 꾸벅.

눈을 감기 전 마지막 만나는 사람, 눈을 뜨고 처음 만나는 사람. 경찰. 매일매일 하루의 절반을 경찰 분들과 지내게 될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기자의 꽃이라는 사츠마와리를 경험하며 하루빨리 여름이 지나 꽃이 지길 바라면서도 꽃의 향기와 그 풍성함에 매력적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양한 향기를 맡고, 궁금한 것을 겹겹이 질문할 수 있는 풍성함. 이를 통해 이제야 진짜 세상을 조금씩 배워나갑니다. 무조건 처벌하기 보다는 타이르고 격려하는 모습, 술에 취한 사람들을 이해해 주고 그들의 이야기와 마음의 짐까지 들어주려는 노력. 그럼에도 처벌에 있어선 단호한 세상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수습기자 하루의 시작과 끝입니다.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풋내기지만 꽃인 덕분에 많은 분들께 받고 있는 관심과 도움에 감사합니다. 바람이 불더라도 서둘러 낙화치 않고 잘 견뎌내어 알맞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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