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 맡아 버렸다.

순간 떠오른 지역 후배는 평택의 민웅기였다. 아마 민욱이→민웅기 의 연상작용인 듯하다. 인물 선정에는 어렵지 않았지만 어떻게 썰을 풀어 나가야 할 지 난감했다. 일종의 평가서인데 어렵다.

이런 저런 핑계로 미뤘다. 아니 밀렸다. 급기야 데드라인이다. 기자는 닥쳐야 일이 술술 풀린다 고 그동안 후배들 앞에서 떨던 너스레도 안 나왔다.

어떻게 써야 할까. 1면 머리 쓰는 거 보다 진땀 난다. 정수리가 훤해진다.

부족한, 게으른 취재력을 보완해준 것은 기자 웅기였다. 난 언변이 뛰어나지 못하다. 논리적으로 풀어내는데 어색하다 보니 그 속에서 메시지를 띄우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웅기는 다르다. 거침 없다. 말에 필요한 이런 저런 정보들이 뇌 속에 가득 차 있고, 정보와 정보의 배열도 빠르다. 하나를 물어보면 10이 나온다. 물론 논리적으로 말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말 많은 후배 로 받아들였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부러웠던 거다.

웅기 기자의 또 한 가지 장점은 자료 정리능력이다. 현안에 대해 공동 취재를 할 때마다 보면, 과장 조금 보태 A→M까지 정리가 돼 있다. (A→M은 민 기자의 전략 무기이므로 의미는 비밀이다.) 반대로 난 신사옥 입주할 때 중요한 취재자료를 분실할 정도로 자료정리에는 전병이다.

또 하나의 장점은 이력을 보면 안다. 웅기 기자는 고등학교는 인문계를 나와 대학교는 이공계를진학했다. 또 대학원은 창업경영학을 전공했는데 직업은 기자다. 다양함을 받아들인다. 어디에 갖다 내놔도 한 자리 꿰 찰 인물이다.

괜찮은 후배라고 생각했는데 왜 임자를 못 만날까 했는데 뒷통수 제대로 맞았다. 술자리에서야, 장가 간가 라고 하면, 선배, 기자질이 너무 재밌어요 라고 맞받아치던 웅기 기자가 내년 4월에 결혼식을 한다는 소식. 더욱 놀라운 것은 10살 연하의 여성과 1년간 열애를 해왔다는 거다. 독자, 취재원의 마음만 훔칠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웅기 기자가 보내온 인터뷰용 사진을 보니 둘이 소주 한 잔 한지도 꽤 오래됐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퇴근하는 길에 목소리라도 들어야 겠다.

/경인일보 김민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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