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막내' 쉴새없이 질문공세…
귀엽고 안쓰럽고 웃기고
"지원아~ 넌 진짜최고야!"

"사랑합니다, 부산싸~나이!"

그 녀석이 또 "선배님!" 하곤 부른다. 오늘 아침만 해도 몇번이나 질문하는 통에 정작 내 기사의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슬며시 화가 치밀어오른다. 알도 없는 안경 너머로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내 대답을 기다리는 모습만 아니었다면…. 결국 나는 웃고 만다. 지난 1월 문화부로 발령 받아 고군분투하고 있는 신지원 기자 얘기다.

신지원 기자는 2013년 4월 경기일보에 입사한 부산 사나이다. 하지만 평소에는 그 녀석의 고향이 부산임을 망각하게 된다. 사투리 억양이 두드러지지 않는데다, 영화배우나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 독특한 패턴의 셔츠와 스니커즈 등 남다른 패션 센스 덕이다. 게다가 훗날 대중문화 비평가를 꿈꾸며 문화부를 제 1지망으로 꼽았던 문화적 인 기자인 만큼 거칠고 센 부산싸나이 느낌을 찾기 힘들다.

그러나 딱 한 번, 신 기자가 부산 출신이란 것을 절감한 날이 있다. 문화부와 모 출입기관과의평화로운 술자리에서다. 신 기자가 문화부로 발령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그 날 신 기자는 이선호 문화부장까지 동석한 자리에서 긴장한 탓인지, 아님 그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 자리에 앉자마자 넙죽넙죽 아쌀한 비율의 소맥 혼합주를 들이켰다.

평소 미주알고주알 질문 많던 녀석이 어째 술 먹는 방법은 묻지도 않고 쉼없이 마셨다. 술자리는 2차로 이어졌고 얼큰하게 취기가 오른 신 기자에게 건배사 순서가 돌아갔다. 자리에서 일어난 우리의 후배님, 건배사로 밑도 끝도 없이 "못 먹어도 고! 고! 고!"를 부산 사투리 제대로 곁들여 외치는 것 아닌가. 무엇인가 의미를 설명해달라는 참석자들의 요청에도 "무슨 말이 필요있습니까. 못 먹어도 고! 아입니까!"만 외칠 뿐이었다.

막무가내 건배사에 모두 이구동성으로 "부산 싸~나이 맞네!"라며 고 를 함께 했다. 그렇게 무사히(?) 건배사를 끝낸 신 기자는, 그 자리에 풀석 앉아 고개를 푹 숙인 채 잠이 들었다. 아마 녀석은 부서 막내답게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과 일면 경 쟁의식을 느끼며 술을 들이켰을 것이다.

마시다보니 사회부 수습 딱지를 떼자마자 1년 넘게 인터넷부서에서 근무하다가 현장으로 나오면서 바짝 조였던 긴장감도 풀어졌을 거다. 선배들에게 질문 하나 하기 어려웠던, 의욕만 앞섰던 나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기사에 빨간줄 쫙쫙 친 날이면 선술집에 데려가 술 댓 병 사줬던 선배들까지 떠오른다. 나는 어떤 선배였나 하는 자문에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그렇다고 당장 다정다감한 선배로 변신하는 것은 힘들다.(참고로 이번 사진도 모델삘 나게 찍으라고 강요했다.)

마침 기자협회에서 후배에게 사랑의 말을 전하라니, 딱 한 번 공개적으로 아주 낯간지러운 말을 쓸 참이다.

"지원아~! 지금처럼 겸손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일해라! 부산싸나이 아이가! 그리고 말야, 넌 진짜 최고야!"

/경기일보 문화부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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