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떼면 지금보다 더 힘들거다"

사회부 수습 마지막날 일진 선배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당시에는 사회부 수습을 벗어났다는 기쁨에 선배들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보냈다. 아무렴 연합뉴스 사회부 수습보다 더 힘들까? 라고 생각했다.

사실 서울에서 수원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은 순간까지도 실감나지 않았다. 객실 안에서 창밖 풍경을 보는 것외 할 일이 없었던 나는 좀전에 받은 사령장을 펼쳐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중압감에 휩싸였다. 수습 이라는 타이틀이 사라졌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보호막이 사라진, 마치 벌거 벗겨진 느낌이었다.

수습이기 때문에 라는 말은 더이상 통하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 7월 1일 연합뉴스 경기취재본부 일원이되고 난 후 하루라도 마음편하게 보낸 날이 없었다. 내가 쓴 기사를 보고 또 봐도 오 탈자는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으며, 빠뜨린 팩트는 넘쳐난다. 문장은 꼬여 성인도 이해하기 어려운 글을 쓴다.

사 형식에 벗어난 글을 쓰기도 해 선배가 뒷목을 잡은 적도 여러번이다. 어떤게 이야기가 되고 안되는지 잘 구분도 되지 않았다. 생활패턴은 수습 때와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막중한 책임감까지 떠안게 되니 하루 24시간이 48시간 같았다. 몸과 마음이 모두 무거웠다. 

그제서야 사회부 일진 선배들의 말이 백퍼센트 이해됐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경기본부로 발령받은지 어느덧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돌이켜보면 그 동안 대단한 발전을 이룬 것 같지는 않다. 발령 받고나서 내가 쓴 기사 중 기억에 남는 기사가 아직 없는 걸 보면 한참을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5년후, 10년후, 내가 어떤 기자의 모습이 돼있을지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다만 애벌레가 허물을 벗고 아름다운 나비가 되듯 나도 하루빨리 수습 허물(?)을 벗고 현장을 종횡무진하는 기자가 되기를 꿈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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