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보기가 부끄럽습니다. 닮고 싶은 선배를쓰는 것 말이죠. 흠모하는 제 마음을 많은 사람들이 볼 글로 고백하자니 어쩐지 낯 불거져서 하는 말입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종만 선배를 열거하며 공치사나 아첨을 늘어 놓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예전에 술자리에서 종만 선배가 그랬습니다. 자신은 후배들 보기에 부끄러운 게 없다고. 확신하는 말을 꺼려하는 선배가 모처럼 한 타협 없는 말이었습니다. 기자로서 소신을 지켜온 그동안을 믿고 한 말일 수도 있지만, 종만 선배는 후배 사랑이 지극한 사람이라 후배들에게 많이 베풀었다는 자평에 한 당찬 얘기였다고 생각합니다. 후배인 제가 보기에도 납득이 가는 말이었구요. 제가 선배를 신뢰하기 시작한 계기입니다.

종만 선배는 취재나 기사, 그러니까 일적으로 빈틈이 없는 기자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종만 선배가 중시하는 후배 사랑 에 대해서만 쓰려고 합니다.

처음 기자 일을 시작했을 때, 갑자기 불어닥친 삶의 변화로 그만두고 싶다 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고민하고 있을 무렵, 종만 선배와의 술자리가 많은 위안이 됐습니다. 1차부터 3차까지 계속되는 술자리에서 선배는 쉬지 않고 자신의 일에 대해, 그리고 그동안 고민해온 바를 솔직하게 후배들에게 전수해줬습니다.

어떻게 보면 영업비밀이라 서로에게 자신의 신념이나 생각 등을 전부 공개하지 않는 이 바닥 인데, 종만 선배는 후배에게 만큼은 정말 철저하게 헌신했습니다. 후배들이 훌륭한 기자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비교적 건전한 이유로. 종만 선배를 졸졸 따라다니는 저와 같은 후배가 선배 주변에 많은 이유일 겁니다.

어떤 선배는 종만 선배를 두고 나의 우상 이라고 말할 정도니. 종만 선배와 같이 후배에게 투자하는 이들 때문에 언론 조직이 그나마 신의를 갖고 있다는 분에 넘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제와서 고백하자면 제 평소 인생관에선 닮고 싶은 사람 은 없습니다. 유일한 게 제일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누군가와 닮는다는 것. 아류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이런 얘길 늘어 놓으니까 어떤 선배는 냉소적인 캐릭터는 자기 것이니 따라하지 마라 고 느닷없는 저작권 문제를 지적했지만, 저는 냉소적이라기보다 개성을 중시한다고 해명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이종만 선배를 닮고 싶다는 글을 쓴 것은, 가장 존경하고 납득이 가는 기자 중 한 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른 선배들께 말하고 싶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인천일보 경제부 김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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