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아는 결혼 안(못)할꺼야! 기자 선후배나 친구, 심지어 가족까지 그랬다. 나도 동의했다. 네 자신을 알라 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매순간 되새기는 나로선 부정할 수 없는 말이었다.

느낌 아니까~!

하지만 나는 결혼했다. 그것도 연애 시작 7개월만에 속전속결로. 경기일보 문화부 근무 당시
조두호 수원시미술전시관 학예팀장(지금의 신랑)에게 문화면의 고정 칼럼을 요청할 때만해도 평생의 짝이 될 줄은 몰랐다. 원고를 이메일로 주고받는 1년 동안 그 흔한 식사 한 번 하지 않았다.

운명의 시작은 사회부로 발령이 나면서다. 마지막 인사차 한끼 가 평생 밥상 함께 하는 사이가
될 줄이야. 기막히는 말빨(?)로 남다른 열정과 뚜렷한 주관을 쏟아내는 취재원과 술한잔없이 3시간가량 쉼없이 대화했다. 말통하는 동갑내기 취재원과 여기자는 그렇게 순식간에 연인이 됐다.

여기자는 안돼 시부모님이나 신랑이나, 여기자에 대해 편견(일정 부분 맞는 점도 있지만^^)이 있었다. 한마디로 드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족이 된 지 어언 3년, 지금 한 지붕 아래사는 시부모님은 지인에게 열심히 일하는 똑똑한 며느리라고 자랑하는 한편, 간혹 주변에서 들
은 취재 아이템을 전해주신다.

신랑은 언론인 예찬론자가 됐다. 취재기자들의 힘겨운 일상과 지역 언론사 시스템을 확인하면
서부터일까. 대중매체에서 언론인이 비열하게 그려지면 함께 분노하며 억울해하고, 일상에서 불합리한 것을 발견하면 이런 건 기자가 기사로 개선해야한다며 취재지시를 내린다.

밖에서 만나면 자연스럽게 존댓말을 쓰는 우리 부부는 애교만점 사랑가득 닭살커플은 꿈도 못
꾸지만, 영원히 든든한 동지임에는 틀림없다. 우리의 동지애를 견고하게 한 것은 지난해 12월에 태어난 우리예쁜 딸, (조)은성이! 아기를 낳기 전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은 결혼이었는데, 딸을 만난후 출산으로 확 바뀌었다.

하루하루 쑥쑥 자라는 은성이는 요즘 걸음마 연습에 하루종일 콧망울에 땀이 맺혀있고, 아침에눈뜨면 책꽂이에서 책을 끄집어내고, 음악이 흐르면 음정박자다 틀린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
고, 조금만 웃겨도 얼굴의 반이입이 되도록 크게 미소짓는 등 예쁘지 않은 것이 없다.

딸은 이제 나에게 당근이자 채찍이다. 출근 전 퇴근 후 해피 바이러스 주는 당근이오, 자랑스러
운 워킹맘이라는 목표를 되새기게하는 채찍이다. 운명처럼 찾아온 남편과 아이는 나에게 새로운 미래를 꿈꾸게한다. 행복이 별건가. 매일 꿈꿀수 있으면, 그게 행복 아닐까.

<저작권자 © 인천경기기자협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